
해운대 해수욕장에 가면 바닷속 멀지 않은 곳에 노란색 조형물 두 개가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쪽은 망원경을 들고 먼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 다른 한쪽은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도약하는 사람의 형상입니다. 처음 본 분들은 그저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사실 이 조형물에는 해운대 바다를 지키는 중요한 역할이 숨어 있습니다. 오늘은 해운대 해수욕장의 수중방파제와 조형등표에 얽힌 이야기를 차분히 풀어보려 합니다.
보이지 않는 방파제, 수중방파제란?

해운대 해수욕장은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부산의 대표 명소이지만, 한 가지 오랜 고민이 있었습니다. 바로 모래 유실 문제입니다. 파도와 해류에 의해 해변의 모래가 조금씩 쓸려나가면서 백사장의 폭이 점점 줄어드는 현상이 반복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약 5년에 걸쳐 연안정비사업을 진행했고, 그 결과 동백섬과 미포항 쪽 바다 아래에 총 길이 330m의 수중방파제를 설치했습니다. 수중방파제는 말 그대로 물속에 잠겨 있는 방파제로, 수면 위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파도의 힘을 미리 분산시켜 해변에 도달하는 파랑 에너지를 줄여 주고, 그 결과 모래가 쓸려나가는 속도를 늦춰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해운대의 백사장이 예전보다 한결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데에는 이 보이지 않는 구조물의 공이 적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험을 알리는 이정표, 조형등표의 등장

그런데 수중방파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수면 아래의 콘크리트 구조물 위를 모르고 지나가던 선박이 부딪혀 파손될 위험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2018년 8월, 수중방파제 양쪽 끝에 항로표지시설인 조형등표(燈標)가 설치되었습니다.
조형등표는 단순한 부표가 아니라, 항로표지의 한 종류인 ‘특수표지(special mark)’에 해당합니다. 국제 기준에 따라 하부 콘크리트 부분은 황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고, 야간에도 알아볼 수 있도록 황색 등화(燈火)가 설치되어 있어 밤바다에서도 그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선박이 안전하게 항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바다 위의 신호등인 셈입니다.
"세계를 바라보다" – 예술이 된 항로표지

해운대 조형등표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안전 시설을 넘어 예술 작품으로 완성되었다는 점입니다. 이 조형물은 민광식 작가의 작품 "세계를 바라보다"로, 파도가 만들어 내는 물방울과 물거품을 헤치고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의 모습, 그리고 세계로 도약하는 사람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동백섬 방향에 설치된 조형물은 망원경을 들고 먼 바다를 응시하는 사람의 형상이고, 미포항 방향에 설치된 조형물은 두 팔을 활짝 펼치고 하늘을 향해 뛰어오르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두 조형물은 스테인레스강 재질로 만들어졌으며 높이는 약 12m에 달합니다.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이 꽤 인상적입니다.
기능과 예술이 어우러진 이 조형등표는 해운대의 풍경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또 하나의 명물로 자리 잡았습니다. 단순히 위험을 알리는 시설이 아니라, 해운대를 찾는 사람들에게 도약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상징물이기도 합니다.
알고 보면 더 보이는 해운대

해운대를 그저 백사장과 파도만 있는 바다로 기억하기에는 이곳에 담긴 이야기가 꽤 깊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래를 지키는 수중방파제, 그 위치를 알려주는 조형등표, 그리고 그 등표에 담긴 작가의 메시지까지.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해운대의 풍경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다음에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으신다면 바다 위에 서 있는 노란 조형물을 한번 천천히 바라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동백섬 쪽에서는 망원경을 든 사람이, 미포항 쪽에서는 도약하는 사람이 묵묵히 해운대 바다를 지키고 있을 것입니다.
※ 문의처: 부산지방해양수산청 항로표지과 (051-609-6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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