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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 소소한 일상 속 건강생활/건강한 습관 만들기

한의원 다녀온 날 — 왕뜸 3년차 일기

by zero0712 2026. 5. 27.


오늘도 다녀온 한의원


벌써 3년차다
일주일에 한 번, 한의원에 가서 왕뜸을 뜨고 오는 이 루틴이.

췌장암 간전이 진단을 받은 뒤부터 시작했으니까,
오래도 다녔다 싶다
처음 한의원 문을 열고 들어가던 날이 아직도 생생한데, 어느새 3년이 흘렀다

원래는 림프순환 관리를 먼저 받고, 그다음에 왕뜸을 뜨고 오는 게 내 루틴이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왕뜸 이야기만 좀 해보려고 한다




왕뜸이 뭐냐면

왕뜸기계와 적외선 램프

사진에서 위에 달려있는 게 왕뜸 기계다
큰 통 안에 쑥을 넣고 태우는 방식인데, 일반 뜸보다 훨씬 크고, 그만큼 따뜻한 기운이 깊게 전달되는 느낌이다

오른쪽에 보이는 빨간 등은 적외선 램프.
쑥이 타는 열기랑 적외선이 같이 닿으면 배가 노곳노곳 데워진다
처음엔 "뜨겁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누워보면 딱 기분 좋을 정도의 온기다

처음 받았을 땐 "이게 뭐야… 신기하다" 싶었는데,
이제는 누우면 5분도 안 돼서 잠이 든다
딱딱한 한의원 침대에서도 푹신푹신한 침대에 누운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조금 더 이야기를 하자면
왕뜸을 받고나온 첫날의 기억을 잊을수가 없다
내 속에 가득차있던 독소가 빠져나온듯한 냄새와 끊임없이 나오던 방귀를 말이다
왕뜸을 받고나면 각자의 몸상태에 따라 냄새가 다르다고 했다
나는 담배를 오래 피운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가 났었다
3년이 된 지금은 독한 냄새는 없어졌다
한의사 선생님도 탁한 냄새는 나지 않는다고 하셨다




쑥이라는 풀

한의원 원장님이 그러시는데, 쑥은 예전부터 "약초 중의 약초"라고 불렸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일상에 쑥은 늘 가까이 있었다
엄마들이 산후조리할 때 쑥뜸을 뜨고,
배가 아프면 쑥차를 끓여 마시고,
봄이면 쑥국, 쑥떡, 쑥버무리…
지금도 엄마가 쑥떡을 만들어주신다

쑥은 따뜻한 성질이라 몸이 찬 사람한테 좋다고 들었다

항암 직후에 왕뜸을 받고나면 몸에 가득찬 독소가 빠져나간 것 같아 몸이 훨씬 가벼워졌었다
구토가 나와서 음식을 먹기도 힘든데 왕뜸을 받고나면 음식을 먹는 것도 그전보다는 수월했었다

나는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손발이 정말 차가워졌는데,
왕뜸을 뜨고 나면 그 차가움이 좀 풀리는 느낌이 있다

한의원에 들어서면 은은한 쑥 향이 가득한데,
그 냄새만 맡아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게 신기하다
나한테는 이제 "치료받으러 가는 냄새"가 아니라
"쉬러 가는 냄새"가 되어버렸다

은은한 쑥 향이 가득한 한의원 진료실




내가 받고 나서 느낀 것들

항암치료가 끝나고도 지금까지 왕뜸을 받으러 다니는 이유를 말해보자면

왕뜸 받고있는 나


- 시술받고 나면 속이 따뜻하다
- 그날 밤은 잠이 잘 온다
- 일주일 동안 쌓인 피로가 좀 풀리는 기분
- 무엇보다 그 30~40분이 오롯이 내 몸을 위한 시간이라 좋다




그래서 3년째

솔직히 왕뜸 하나로 뭐가 드라마틱하게 달라지진 않는다
근데 꾸준히 내 몸을 돌보는 루틴 하나쯤은 있어야 버틸 수 있더라

그중에 하나가 나한테는 왕뜸이다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누워서 받는 이 한 시간이 지난 3년을 버티게 해준 작은 기둥 같은 거다

오늘도 따뜻한 쑥 향 가득 안고 집에 돌아왔다.
며칠은 또 이 온기로 버틸 수 있겠지

다음 주에 또 가야지^^

치료 끝나고 나오는 길, 다음주에 또 보자